나는 미국 로스쿨을 준비하겠다고 처음 다짐했을 때, 내가 회사를 다니며 모은 돈 전부를 그야말로 탕진해 버릴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대도 하지 않은 장학금을 받은 덕에, 그리고 Big Law에서 썸머인턴을 하게 된 덕분에, 내가 모은 돈 전부를 쓰지 않고도 로스쿨 3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처음 로스쿨 준비를 시작했을 때 나는 막연히 로스쿨 유학엔 매우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모은돈으로 3년 과정에 드는 비용 전액을 충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일단은 내가 모은 돈으로 최대한 해보고, 그 다음에 부족하면 부모님께 결국 어떻게든 손을 벌리든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첫번째 어드미션을 준, 그리고 내가 결국 다닌 학교에서 어드미션과 함께 생각보다 매우 큰 금액의 장학금을 주는 것이 아닌가! 전액 장학금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때 당시에 고지된 등록금 기준으로는 거의 80-90% 정도는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입학한 직후 학교에서 매년 tuition을 몇천불 씩 올리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서 결국 매해 장학금 비중이 좀 줄긴 했다.) 두 번째 어드미션을 준 학교에서도 연 만불씩의 장학금은 준다고 했었다. 두 학교 모두 내가 딱히 장학금을 위해 따로 지원을 한 것도 아닌데 어드미션과 함께 장학금을 줬었다.
사실 입시에 관해 꼼꼼한 사전조사 및 준비를 하지 못했던 나는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장학금을 받는게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도 못했었다. 학교들이 어드미션과 함께 장학금을 주곤 한다는 사실 자체도 지원 후에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확신 없이 해본 로스쿨 지원이기에 나는 벼락치기 지원으로 뒤늦은 어드미션을 받고나서도 그 해에 갈지 말지를 한두 달 정도, 정말 학교 신입생 오티 한 두달 정도 전까지, 고민을 했었다. 결국 그 해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이 장학금의 영향이 매우 컸다. 직장인이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로스쿨을 진학하는 데에는 시간 투자도 있지만 금전적 투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장학금이 내가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을 할 수 있게 해 줬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우리 학교에 진학하는 한국인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았고,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신 분들도 몇 분 계시다고 들었다. 이런 것을 보면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후하게 주는 로스쿨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각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정보는 모두 공개되어있다. 내가 지원할 당시에 나는 이 사실은 잘 몰랐던 것 같다.
각 로스쿨들은 매년 ABA (American Bar Association - 미국 변호사 협회)에 각 로스쿨에 관한 기본적인 통계들을 공유하게 되어있다. 모든 학교들의 데이터는 이곳(https://www.abarequireddisclosures.org/disclosure509.aspx)에서 조회할 수 있고, 각 로스쿨 홈페이지에도 각 학교의 ABA Standard information report는 올라와있다. 이 리포트에는 해당 학교의 경쟁률과 합격자 LSAT/GPA 평균 등의 입시와 관련된 정보 이외에도 장학금에 관한 정보도 공유되어 있다.
예를 들어, YALE UNIVERSITY - 2022 Standard 509 Information Report를 보면 아래와 같이 전체 학생 중 장학금을 받는 학생 수 및 비율과, 세부적으로 장학금 금액과 관련된 정보 (Tuition의 1/2 이하, 1/2 이상, Full tuition 또는 그 이상의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수와 비율) 역시 공개하고 있다.
내가 입학처 직원도 아니고, 학교에서 주변 친구들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지, 얼마를 받고 다니는지 물어보고 다닌 적도 없어서 이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받는다면 얼마 정도를 받을 수 있을지 대충 가늠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학교를 결정함에 있어서 각자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는 다르겠지만, 미국 로스쿨 진학은 진학 자체가 엄청난 투자라고 생각한다. 일단 미국 로스쿨을 진학한다고 해서 원하는 직장 채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특히 직장인이었던 사람 입장에서는 로스쿨 졸업 후에 이전보다 엄청나게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물론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이 낮을지도 모르는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확률이 더 올라갈 수는 있고 학교의 명성도 중요하지만, 비용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장학금을 많이 주는 학교에 진학해서 어떻게든 취업할 경로를 뚫어보는 도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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