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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쿨/LSAT & Admission

미국로스쿨 진학 전 고려사항 - 취업비자

미국 로스쿨 진학 알아둬야 할 부분은 미국의 취업 비자 제도이다.
 
미국 취업 비자라는 게 미국 로펌 취업과 관련된 주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 취업을 염두에 두고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영주권 또는 시민권이 없는 토종 한국인 입장에서는 진학 전에 고려해두어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미국로스쿨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를 하면서 미국 로스쿨에 간다면 졸업 후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국의 취업 비자 제도에 관해서 학교 어드미션을 받은 후 까지도 자세히 알지 못했었다. 그저 주변에 한국에서만 학위를 받은 후 미국으로 취업해서 가는 분들이 간간이 있곤 하길래, 미국 회사에서 뽑아주면 취업비자도 당연히 따라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로스쿨 합격 발표 후 진학여부를 고민하던 그 짧은 기간 동안 나는 몇몇 인생 선배님들께 상담을 부탁했었다. 최소 두 분의 미국 로펌 현직 변호사님들, 미국 로스쿨 졸업 후 한국 로펌 근무중이셨던 미국변호사님, 그 당시 미국 로스쿨 재학중이셨던 분들 포함 여러 감사한 분들이 일면식도 없었던 나에게 시간을 내주셔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분들이 로스쿨 유학을 갈지 말지 결정하고 있는, 그때까지 F-1 비자 지원조차 하고 있지 않던 나에게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는지 물어보시는 것이 아닌가! 그러곤 없다고 대답하니 바로 취업 비자에 관한 말씀들을 해주셨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미국 로스쿨을 졸업하고 직장을 찾더라도 무조건적으로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가장 흔한 취업비자는 H-1B 비자이다. H-1B는 회사가 스폰서가 되어 외국인 직원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자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에서 이 H-1B 비자를 1년에 65000+20000, 총 85000명 정도에게만 발급을 해준다는 것이다. 먼저 학사 이상의 지원자 중 65000명을 뽑고, 석사 이상의 지원자 중 추가로 20000명을 선발한다. H-1B 제도는 1990년에 처음 생겼다고 하는데, 그 때 정해진 숫자가 2024년 현재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1990년 당시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미국에 취업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이 훨씬 많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지원자가 이 정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2008년쯤부터 추첨(H-1B lottery)을 통해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행운의 당첨자들을 뽑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로는 추첨 방식은 그야말로 랜덤한 제비뽑기이다. 몇몇 교육기관과 공공 연구소 등에서는 이 85000명에 포함되지 않는 cap-exempt H-1B를 발급해 줄 수 있어서 추첨을 거치지 않고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로펌들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 lottery에서 당첨이 되어야만 H-1B를 받고 일할 수가 있다. 그래서 로펌에서 오퍼를 받더라도 비자 당첨이 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들이 생길 수가 있다.
 
일단 H-1B 비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비자 지원 전에 H-1B를 스폰해주는 회사로부터 잡 오퍼를 먼저 받아야 한다. 미국 로스쿨 졸업 후 일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변호사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은 미국 정부 기관(법원과 법무부 산하 기관 등)에서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인 로스쿨 학생들은 보통 private law firm만 고려할것이다. 로펌들 중에서도 대형 로펌을 선호하는 이유는 급여도 급여지만, 무엇보다 H-1B를 지원해주는 로펌들은 보통 대형 로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원 과정 중에 직접 문의했을 때, 대형 로펌들 중에서도 비자 스폰서가 언젠가 필요한 지원자(=외국인)는 뽑지 않는다고 답하거나, 채용공고에 그렇게 한 줄 추가해 놓은 로펌들도 있었다. (사실 합격도 하기 전에 비자에 관해 직접 문의했던 로펌은 거의 없긴 하다.)
 
미국 이민국(USCIS)에서는 매년 3월쯤 정해진 기간 동안 H-1B 지원자를 받고 추첨을 한다. 그렇게 해서 당첨된 사람에게만 4월부터 본격적으로 H-1B 비자 지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추첨에 당첨되어서 문제없이 비자 승인을 받으면 같은 해 10월 1일부터 H-1B 신분으로 비자 스폰을 해준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일단 처음에는 3년 허가가 나오고, 추가로 3년까지 연장 가능해서, 한번 당첨된 H-1B 비자로 총 6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그래서 로스쿨 졸업 전에 로펌에서 오퍼를 받고 수락을 하게 되면 [1] 졸업 전인 3학년 마지막 학기 3-4월 또는 [2] 입사 후인 Associate 1년차 봄 3-4월에 H-1B 지원을 하게 된다. 옵션 [1]번은 해주지 않는 로펌들도 있다는 것 같고, 그래서 보통 처음에는 OPT (학생비자(F-1)로 졸업 후 최대 1년까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로 일을 (보통 졸업한 해 가을에) 시작한 이후 졸업 다음 해 봄에 옵션 [2]번으로 지원해서 당첨이 되면 당첨된 해 10월부터 H-1B 신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OPT는 일반적으로 여름에 끝나지만 OPT cap-gap 제도라는게 있어서 OPT기간 중에 H-1B에 지원하면 OPT가 종료된 후에도 H-1B가 시작되는 10월 1일 전까지 이어서 F-1 OPT 신분으로 일할 수 있다.)
 
내가 로스쿨을 진학하던 2017-18년쯤에는 로스쿨 졸업생은 석사 cap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래도 당첨확률이 높아져서 30-40% 정도는 된다고 들었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21년부터 USCIS에서 H-1B 추첨 전 지원 시스템을 간편하게 바꾸면서 아래 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지원자 수가 급증했고, FY2023 (2022년 3-4월 추첨이 Fiscal Year 2023 추첨이다)에는 당첨 확률이 26.9%였다고 한다. FY2024 로터리는 더 힘들어져서 1차 추첨은 14% 정도만 선발했지만 1차에서 무효 지원자가 꽤 있었는지 7월에 2차 추첨을 또 진행해서 최종적으로 24-25% 정도 뽑았다고 한다. 석사이상 지원자의 당첨률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는것 같다.

(출처: https://www.uscis.gov/working-in-the-united-states/temporary-workers/h-1b-specialty-occupations-and-fashion-models/h-1b-electronic-registration-process).

결론적으로 2024년 기준 H-1B 당첨률은 25% 정도라는 것이고, 안타깝지만 앞으로 cap을 미국에서 늘리지 않는 이상 당첨률이 높아질 가능성보다는 낮아질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H-1B만 바라보고 미국 로펌 취업을 시도하는 것은 정말 로또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H-1B 당첨이 되지 않으면?
다행히 나는 H-1B 추첨에 당첨되어서 H-1B 신분으로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아래의 대안들은 내가 직접 겪어본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는 아닐 수 있다.

가장 많이 들은 케이스는 OPT가 끝난 후 미국이 아닌 다른 해외 오피스로 옮겼다가 다음해 H-1B 로터리에 다시 지원해주는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또는 해외 오피스 1년 근무 후 주재원 비자로 다시 미국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 같다. 이는 대형로펌에 잡을 구하면 좋은 또 다른 이유이다. 이렇게 해줄 수 있는 해외 오피스가 많은 로펌들은 대부분 대형 로펌들이기 때문. 보통 런던이나 홍콩으로 많이 보낸다고 들은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H-1B 로터리에 떨어진 1년차 외국인 변호사를 계속 데리고 있기 위해 신경 써주는 로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최근엔 비자 추첨에 떨어진 외국인 변호사들을 바로 해고한 로펌들이 있다고 하니... 하지만 모든 것은 case-by-case basis니까 안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단 회사에 발을 들여놓아야 그다음 대책도 세울 수 있으니, 일단은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가는 게 먼저인 것 같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선발 단계에서 지원자의 국적이나 미국 체류 신분을 명시하도록 하지는 않았었고, 서류 심사를 하는 인사담당자는 모르겠지만 실제 면접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지원자의 국적에 관해 신경도 쓰지 않는다.
 
또한 로스쿨에서 흔한 케이스는 아니겠지만 미국에서 학부를 STEM (이공계) 전공을 했는데 학부 졸업 후 STEM OPT 2년 Extension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그 2년 Extension을 로스쿨 졸업 후 OPT 뒤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  H-1B 지원을 두 번 더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아마 변호사로서의 업무 분야가 기술과 관련한 분야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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